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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스토리/재능나눔 이야기

[착한안테나×] Vol.2 일상 속에서 손 쉽게 실천하는선행, 대학교 배식봉사단체 ‘십시일밥’ 이야기

일상 속에서 손쉽게 실천하는 선행, 대학교 배식봉사단체 ‘십시일밥’ 이야기
 여러분은 ‘봉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몸이 불편한 분들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봉사센터를 찾아가거나 먼 해외를 찾아가 뙤약볕 아래에서 열심히 구호 활동을 펼치는 것처럼 쉽게 하기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도 있을 텐데요. 우리 가까이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십시일밥’ 입니다. 십시일밥은 당장 '우리 학교의 학생들에게 매일 밥 한 끼씩 나눠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비영리 봉사단체입니다. 학우들이 직접 학생식당에서 배식을 돕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에 있는 다른 학우들에게 전달하며 나눔을 베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학생들의 자투리 시간이 모이고 모여 친구들에게 한 끼 식사를 선물해주는 셈입니다.어떤 봉사인지, 어떤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들을수록 궁금해지지 않나요? 십시일반에서 1년 이상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두 명의 학생 봉사자를 착한 안테나가 만나고 왔습니다. 내리쬐는 햇볕만큼이나 따뜻했던 이 날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수빈) 십시일밥에서 n 년째 활동 중인 이수빈이다. (나형) 십시일밥에서 n 년째 활동 중인 김나형이다.
Q. 십시일밥은 어떻게 생겨났나?(수빈) 한양대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그 뒤로 다른 대학교들로 확장됐다. 자세한 일화를 말하자면, 창립자의 지인 중 한 명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친구가 먹었던 식판을 리필 받아 식사해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친구로서 도울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특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 바로 십시일밥인 것이다.
Q. 십시일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하나?(나형) 월요일 1타임 봉사자를 맡고 있다. 1타임은 11시 30분 ~ 12 30분, 2타임은 12시 30분 ~ 1시 30분을 말한다.(수빈) 월요일 타임 전담 운영진을 맡고 있다.
Q. 어떻게 봉사를 시작하게 됐는지?(나형) 일회성 봉사를 한 적은 있지만, 봉사단체에서 정식으로 활동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십시일밥과 관련된 게시글을 우연히 보게 되어 가입하게 되었다. 이후, 구글독스를 통해 가입신청서를 작성했고,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와서 요일과 역할을 정했다.
Q. 봉사단체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나?(수빈) 십시일밥은 크게 운영진과 봉사자로 나누어진다. 운영진과 봉사자를 포함해 서울대 십시일밥 전체 구성원이 47명이다. 운영진이 10명, 봉사자가 37명 정도다. 하나의 요일에 여덟 명이 근무하는 것이다. 가끔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 결원이 발생할 경우 운영진이 대신 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운영진은 배식 봉사를 하지 않게 되어있다.
Q. 운영진의 역할은 무엇인가?운영진은 해당 요일에 출석체크를 하며 봉사자분들이 늦지 않도록 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요일별 봉사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거나 운영회의를 진행한다.
Q. 회의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운영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식회의를 거친다. 하지만 안건이 있을 때마다 카카오톡 회의를 자주 하는 편이다.

Q. 어떤 방식으로 식권 전달을 확인받는가?(수빈) 식권은 수혜자분들에게 사무국에서 택배로 전달한다. 그러고 나면 봉사자들에게 식권을 잘 전달했다는 메시지가 카카오톡으로 온다. 그리고

 학기가 끝날 때마다 활동내용을 총 갈무리 하는 시간을 갖는다. 누가 몇 개의 식권을 받았고, 어느 단체에 얼마나 식권이 전달됐는지 등 관련 내용에 대한 확인증이 나온다. 이것을 페이스북에 운영진들이 사진으로 찍어 올린다. 물론 자세한 인적사항은 블라인드 처리하여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


Q. 봉사활동 기간은 어떻게 되나?(나형) 활동 기간은 한 학기다. 갱신해도 되고, 사정이 있으면 그만둬도 상관없다.
Q. 모집방식?(수빈) 매 학기 봉사자를 모집하면서 스누라이프(서울대 커뮤니티), 페이스북 등에 게시글을 올리고 학내에 포스터를 부착하며 식권 수혜자도 함께 모집한다.
Q. 십시일밥에는 왜, 그리고 어떻게 들어왔는가?
(나형) 공강 시간에 한 시간 동안 일을 한 후, 대가로 받은 식권을 어려운 친구들한테 전달하는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즉, 따로 시간을 내며 외부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은 아주 힘든데,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편하고 좋았다. 생각보다 일이 힘들지 않고 식권이라는 형태로 대가를 주니 내가 진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손해 보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가끔 동기들과 마주칠 때, 동기들이 나를 무척 기특해하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뿌듯하다. 단, 봉사하다가 전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애로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 (웃음)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나형) 일이 가끔 일찍 끝나 한가할 경우에 식당 어머님들이 남은 음식을 많이 퍼주신다. 어머님들과 친해지면 더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맛있는 반찬들은 빨리 떨어질 수도 있지만.
Q. 활동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나형)같이 봉사했던 사람들이 좋았다. 일하면서 수다 떨고, 끝나면 밥 먹는 그 과정들이 좋았다.(수빈)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점이 좋다. 대학원생도 봉사할 수 있는데, 봉사자 때 속했던 조에 대학원생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원생과 교류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 알게 돼서 좋았다.(나형) 봉사단원들이 서로 많이 아껴준다. 봉사자분에게 미팅도 주선 받은 적이 있다. 비록 잘 되진 않았지만. (웃음)
Q. 반대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수빈) 식권 수혜대상이 잘 안 모인다는 것.
Q. 잘 안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빈) 아무래도 십시일밥과 협약을 맺은 식당이 서울대의 수많은 식당 중에서 예술계 식당(74동 식당)뿐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공대에 다니는 재학생의 경우는 예술계 식당까지 오기에 학내 셔틀버스를 타고도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아무리 식권을 무료로 받더라도 학생 개인에게 부담이 클 것이다.

 또 서울대에 식당이 매우 많은데, 각기 모두 다른 회사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식당과 계약을 체결하기가 힘든 점도 있다. 예술계 식당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십시일밥과 계약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기존에 있던 모든 식당들에 십시일밥을 설명하고 협약까지 나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Q. 수혜대상의 선정 또한 꽤 까다로울 것 같다.(수빈) 십시일밥의 주요 식권 수혜단체 중 하나가 서울대 CTL 산하의 기회균형전형 학습 공동체 서브라임이다. 이 기회균형 전형은 차상위 계층 전형, 농어촌 전형으로 나뉘는데, 농어촌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에는 차상위 계층이 아닌 분들도 있다. 이분들에게도 식권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가, 취지에 맞는가 등에 관한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Q. 어떤 해결책들이 나왔는지?(수빈) 서브라임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수혜단체를 찾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홍보 방법을 생각해야하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된다. 개인정보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학내 학생복지과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 장학금 수혜대상들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를 진행하기 힘들다.

 

 

Q. 십시일밥의 향후 활동 방향이 있다면.(수빈) 십시일밥 신조의 확대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여러 사람에게 시스템 자체, 십시일반 정신을 퍼뜨리려고 노력한다. 십시일반이란 가치는 십시일밥 뿐만 아니라 십시일X 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십시일권은 더는 보지 않는 전공 서적 등을 모아 책을 빌려주는 프로젝트다. 십시일X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퍼뜨려보려고 한다.
Q. 십시일밥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수빈) 예를 들어 십시일찬이 있다. 방배동 사단법인 푸른나눔의 푸른 교회와 연계하여 독거노인 분들에게 반찬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토요일 오전에 격주로 가서 두세 시간 정도 일을 하게 된다.
Q. 이러한 십시일밥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나형) 월말이면 대학생의 경우에는 하루 두 번 3, 4천 원씩 내는 금액이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활동이 비록 어렵지 않더라도 그 의의가 정말 크게 느껴지고, 식권을 받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밥’이라는 것이 애초에 굉장히 상징적 의미로 있지 않나. 친구들에게 밥까지, 즉 먹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Q. 십시일밥은 자신에게 (    )다
(수빈) 아까 새로운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만남의 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 만나는 걸 애초에 워낙 좋아하고, 봉사도 힘들지 않다. 반찬을 만든다고 하면 무척 힘들어 보이지만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업무를 분담하니 오순도순 수다 떨면서 부담 없게 할 수 있다.
(나형) 정말 쉬운 선행, 어렵지 않은 일상 속의 선행이다.

 

어쩌면 우리는봉사는 아무나 없다라는 핑계로 지금 있는 쉬운 일조차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봉사활동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밥을 먹는 일처럼 사소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한 작은 생각을 이만큼 키워 멋진 학생들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