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의 2주일
고등학교 여름방학,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해외 봉사활동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스리랑카에서 2주 동안 진행되는 고교생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전까지 스리랑카는 저에게 낯설기만 한 나라였고, 떠나기 전 조사를 하려 해 봐도 충분한 정보를 찾는 것이 만만치 않아 걱정도 되었습니다.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공항에 내린 순간, 고온과 습도가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현지 스탭의 차를 타고 2주 동안 지내게 될 홈스테이 가정에 도착하자,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온 가족이 웃으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수도인 콜롬보에서 한두 시간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 있는 홈스테이 가정은 저희가 봉사 장소로 배정받은 몬테소리의 원장 선생님 댁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활동은 전문성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일손을 거드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오전 봉사장소인 몬테소리에서는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수업 진행을 보조하고, 정리와 청소를 돕는 일을 했고, 오후 봉사장소인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영어와 미술수업, 스포츠 활동을 진행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대부분인데 저는 싱할라어를 몰랐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대한 부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함께 한 현지 스탭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고, 또 호스트 가족이나 봉사 장소의 직원 분들 역시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은 아주 쉬운 영어 몇 마디, 그보다 더 간단한 싱할라어 몇 마디, 그리고 무엇보다 손짓과 웃음이면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제가 그냥 외국에서 온 낯선 이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다들 얼마나 다정한지 놀랄 정도였습니다. 틈만 나면 제 이름을 묻고, 또 자기 이름을 저에게 가르쳐주려 하고, 수업시간에 만든 미술 작품을 서로 보여주려 하던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스리랑카의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인 제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숙소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홈스테이를 했다는 점 역시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항상 수줍은 듯 웃으며 간식으로 내어 주시던 달콤한 짜이도, 황송할 만큼 정성 들여 차려 주시던 밥상도, 또 저녁이면 호스트 가족의 세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고 영어숙제를 도와주던 시간도 모두가 그리운 추억들입니다.
주말이면 프로그램에 함께 참가한 다른 고교생 봉사자들과 함께 캔디, 콜롬보 등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영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온 봉사자들도 있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고교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다른 봉사자들과의 교류인데, 그들과 떨어진 홈스테이 가정과 오전 봉사 장소에 배정받아서 다른 봉사자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스태프들의 세심한 배려로 2주 스페셜 활동과 여행 자체는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스리랑카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르고, 정 많은 꼬마들이 떠오르고, 제 자신의 부족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2주라는 시간은 스리랑카라는 나라를 알기에도, 본격적인 봉사를 하기에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짧지만 감사한 시간은 제가 제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다시금 다짐하게 해 주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저는 다시 한 번 스리랑카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능력 있고 열정 있는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제 자신이 많은 것을 받고, 느끼고, 또 배울 수 있었던 스리랑카에서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정미경
고등학생인 필자에게는 봉사활동, 특히 해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필자는 고교생 해외 봉사활동에 참가할 수 있었고, 스리랑카라는 낯선 나라에서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온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 동남아시아의 낯선 땅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사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색하고 불안한 상황을 감수하고 필자와 같이 이런 봉사활동을 하러 떠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고, 아름다운 추억과 가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봉사활동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은 것이다.
필자에게 스리랑카라는 낯설었던 땅은 이제 아름다운 사람들이 언제나 환영하고 있는 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봉사활동의 진정한 묘미를 찾고, 그것에 한 번 푹 빠져보자.
홍보기자단 기획팀 강성민
Email: goksm123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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