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수줍게 내리던 수요일, 서래마을 방배중학교에 28명의 꿈멘토들이 모였습니다.
꿈멘토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경찰관, 소방관을 비롯한 공무원부터 빅데이터분석가, 폴로리스트, 자동차 딜러, 펀드매니저,
홍보마케터, 브랜드디자이너, 게임디자이너, 임상심리사, 심리상담가, 보육교사, 경영인, 창업인,
식품, 화학, 전자, 반도체, 건축업계 종사자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방배중학교를 찾아주었습니다.
꿈멘토는 6~7명의 학생들이 한 조를 이룬 소규모 멘토링으로
현직 종사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 중 세분의 멘토링만 살짝 옅볼까 합니다.
※해당 기사는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1. 브랜드 디자이너 - 김정곤 멘토: '함께 만들어보는 브랜드 디자인 체험'
김정곤 멘토의 수업은 한 학생이 먹고 있던 과자를 가리키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학생이 먹고 있는 새O깡도 하나의 브랜드에요. 새O깡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색깔, 디자인부터 글자 폰트까지 기업은 많은 부분에서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도 바로 그런 것이고요."
꿈멘토는 브랜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이어간 후 직접 브랜드를 디자인 해보자며 몇몇 인물 디자인 샘플들을 보여 주셨습니다.
"어 이 그림 OOO닮았다!"
학생들이 친구를 닮은 캐릭터를 가르키며 좋아했습니다.
닮은 친구들을 찾으며 신나하는 학생들 덕분에 수업 분위기는 한껏 더 밝아졌고
그 중 랩퍼가 꿈이라는 학생이 오늘의 브랜드 디자인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눈썹을 더 짙게 해주세요."
"안경을 네모 모양으로 바꿔야할꺼 같아요."
작업은 꿈멘토가 도와주었지만, 캐릭터는 100%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자신들의 말에 따라 점점 친구를 닮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에 학생들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 결과 마치 그 학생을 보고 그린것 처럼 꼭 닮은 캐리터가 완성되었고
시그너쳐 폰트와 색깔은 핫핑크로 정해지며 하나의 브랜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일러스트 파일은 해당 학생에게 메일로 전달하기로 하며
꿈멘토는 학생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였습니다.
2. 자동차 딜러 - 왕석철 멘토: 'AI가 대체 못 하는 사람만의 직업을 꿈꾸자.'
왕석철 꿈멘토는 영화 <블랙팬서>에 출연한 스포츠카를 직접 가져오는 열의를 보여주셨습니다.
중학생에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 자동차 거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강한 배기음을 내는 스포츠카가 등장하자 학생들의 눈빛은 호기심에 가득찼습니다.
한 친구씩 직접 운전대에 시승해보며 자동차 구매자의 구매동기를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교실로 돌아오자 왕석철 멘토님은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스포츠카를 타보며 어떤 것을 느꼈나요. 부드러운 운전석, 강한 배기음,
내부 인테리어 등 여러가지를 경험해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차를 팔며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가의 차를 다루다 보니 제가 만난 분들 중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도 있었고
전O무씨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분도 계셨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동안 이 일을 하며 가만히 지켜보니 제가 만나는 분들의 직업은 조금씩 바뀌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연봉이 높은 직업만이 좋은 직업은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직업의 존속 가능성은 염두하지 아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방배중학교 학생들도 이 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왕석철 멘토는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어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3. 화학업계 종사자 - 박흥식 멘토: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자.'
박흥식 꿈멘토의 멘토링은 질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업시간에 화학 변화와 물질 변화에 대해 배우셨죠.
그럼 소금물은 어떤 변화죠? 달고나는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중학생이 알 만한 내용의 화학 지식들을 묻고 답변을 듣고 생각을 들었습니다.
계속되는 질문에 학생들은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듯 보였습니다.
이 때 꿈멘토가 가벼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학생들은 부먹이 좋아요. 찍먹이 좋아요.?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어떻게 먹는 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에 이것조차 화학인가 의심하는 듯 주춤했지만 곧 흥미롭게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찍어먹는 사람이랑은 상종을 안 해요."
장난 섞인 강한 발언에 토론은 뜨거워졌습니다.
"찍먹이 무조건 좋은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부어버리면 나중에 찍어먹을 수 없지만 찍어 먹는다면
나중에 소스를 부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법 논리적인 주장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나중에 부우면 눅눅해진단 말이에요."
계속 오가는 공방에 찍먹과 부먹은 정말 난제이구나 사뭇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던 박흥식 멘토는 씨익~웃으며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정말 치열한 토론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 토론 자체가 제가 학생들에게 부먹과 찍먹이란 두 선택지를 주어서 진행된 것 아나요?"
이외의 답변에 학생들은 의아해했습니다.
"세상은 급변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답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생각에 갇히게 되요.
앞으로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다양한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멘토링 내내 드렸던 질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는 이 답변들이 정답일지 몰라도
언젠가 정답은 바뀔 수 있거든요."
언제나 답이 정해져있을 것 같은 과학분야에서 고정관념을 꿰뚫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화학자가 가져야할 마인드, 어쩌면 앞으로 사람이 가져야하는 마인드를 전달한 것입니다.
멘토링이 끝나고 꿈멘토들은 대기실에 모였습니다. 오늘 멘토링의 소감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몇몇 꿈멘토들이 대표로 발표를 하며 활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뭐부터 해야하는 지 모르는 것 뿐이지 의지가 넘쳤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해보니 이 활동이 지속되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인생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소방관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더욱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이번 취재를 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멘토링 내내 순수하고 진지한 학생들의 질문들이 지금의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진로를 고민했던 시기도 중학생때였습니다.
아직 미완된 꿈이지만 중학생 때 꾸었던 그 꿈을 향해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방배중학교 친구들도 이번 멘토링이 계기가 되어 평생 꿀 수 있는 소중한 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방배중학교 학생들 화이팅!
[글·사진 : 착한안테나 8기 이홍규·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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