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인사를 건네오던 지난 17일, 우면산자락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연희사랑방을 찾았습니다. 날이 풀려서인지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공연 시작 전, 차분하게 무대 앞 객석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3년째 주말이면 가족과의 시간을 잠시 미뤄둔 채 다른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토요국악동화 공연안내봉사단(이하 '토요국악동화팀')의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한없이 나른해지고 이불 밖은 위험할 것만 같은 주말 오후, 이곳에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토요국악동화 공연안내봉사단의 류현주 팀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류현주 팀장님은 이 봉사단의 창립멤버입니다. 몇 해 전 초등학교 교통안내 봉사활동을 하던 때였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동료가 새로운 봉사활동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뜻이 맞는 7명이 모였고, 2016년부터 연희사랑방 주말 공연을 돕는 봉사팀이 꾸려졌습니다.
토요국악동화팀 봉사자들은 평균 월 1~2회 가량 활동합니다. 추운 날씨로 실내 공연의 인기가 좋은 겨울방학의 경우 월 4~6회까지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봉사자들의 역할은 크게 공연장 정리와 안내, 공연 내 돌발상황 대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연 시작 전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다음 공연을 위해 공연장을 정리합니다. 그 덕분에 배우와 스태프들은 오롯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극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관람객들은 높은 수준의 공연을 관람하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공연장 내 좌석 안내입니다. 좌석 안내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요? 주요 관람객이 어린이인 연희사랑방에서는 이보다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때문에 어린이 관람객들은 보통 공연 시작시간에 딱 맞추거나 조금 늦게 공연장에 입장합니다. 이미 어두워진 공연장에서는 제 자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자칫 계단에서 넘어져 다칠 수도 있고요. 좌석에 앉은 어린이와 공연장의 눈높이가 맞지 않을 때에는 방석을 깔아 편안히 공연을 볼 수 있게 돕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연이 배우와 관객의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면 봉사자들의 ‘안내’ 활동은 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중요한 매개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연 도중 발생하는 크고 작은 돌발상황에 대처해 관람객들이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류현주 팀장님에게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라는 공연 중 온달이 죽는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공연에 몰입한 어린 관람객 한 명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울음소리로 인해 다른 관람객들도 공연에 보다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장면이 끝난 후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류 팀장님은 다른 관람객들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결국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달래주었습니다. 온달왕자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 나올 무렵 아이와 공연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봉사자들의 활동은 계속됩니다. 아이들이 배우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무대를 오르내릴 때 다치지 않도록 끝까지 세심하게 살핍니다.
주요 관람객인 어린이들이 느낄 불편함을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 이로 인해 온 가족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국립국악봉사팀이 주말마다 기꺼이 연희사랑방으로 향하는 이유였습니다.
국악동화봉사팀의 이 같은 숨은 노력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전 공연 매진이라는 결과는 이에 감동한 관람객들의 입소문이 만든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봅니다. 류현주 팀장님은 “대단한 활동은 아니지만 내 삶에서 일정한 시간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베푸는 마음으로 왔지만 오히려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주말 오후 내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국악동화봉사팀의 아름다운 마음은 봄을 알리는 햇살만큼 따스했습니다. 국립국악원 연희사랑방에서 열리는 토요국악공연을 관람할 예정인 분들은 국악동화봉사팀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한 마디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착한안테나 7기 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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