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윤 아무개 씨는 최근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턱에 걸려 넘어졌다. 이 사고로 그는 아랫입술을 네 바늘 꿰맸다. 그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이처럼 위험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걷는 것에도 집중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윤 씨는 사고를 겪고 난 후 보행 중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각이 평소보다 10~20도 줄어든다. 소리에 대한 반응도 50%가량 떨어진다.
‘스몸비.’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 이들이 마치 좀비와 같다는 데 착안한 합성어로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쓰였다.
스몸비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안후이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육교를 내려오던 여성이 굴러떨어져 사망했다. 그에 앞서 6월 초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60대 여성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2m 아래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스몸비 관련 사고를 막으려 최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과 네덜란드, 싱가포르는 길바닥에 LED 신호등을 설치했다. 중국 충칭시는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스몸비 관련 사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의 보행 중 교통안전 순위는 최하위권이다. 인구 10만 명 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OECD 29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다. OECD 평균의 3.2배다. 보행 중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40.1%로 가장 흔한 교통사고 사망사고 유형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5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4년 동안 8.4%(2011년)에서 16.2%(2015년)로 증가했다.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비율도 같은 기간 두 배로 늘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몰입이 스몸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행시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의식해 자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조절을 혼자 하기 어렵다면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사회적으로 스몸비 관련 사고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홍보기자단(착한 안테나)은 스몸비 구출 프로젝트 ‘앞을 봐’를 진행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자는 프로젝트로 온라인 및 SNS를 활용했다.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트와 프로젝트 참여 이벤트를 통해 많은 스마트폰 실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는 스몸비 예방 픽토그램을 제작해 서울시에 활용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픽토그램을 활용한 주의표지판과 보도 부착물을 시청 앞 등 5개소에 시범 설치했다.
최병윤 연세대 인턴기자·quddbs3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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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가 지구촌을 활보하고 있다/중앙일보(20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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