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단법인 CODE 이사장)

 

 

자원봉사를 하려 해도 기회가 없다고들 한다.

 

뭔가 좋은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 좋은 일을 하고 나면 즐거울 것 같은데 영 실천이 잘 안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면 기분 전환이 되고 보람이 있을 것 같은데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 할 일이 생각나면 시간이 안 맞고, 시간은 되는데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다.

 

그래, 남자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그냥 혼자서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어울릴 친구가 있다면 더 좋다. 남자들은 만나도 마땅히 할 말도 없고 서먹서먹하다. 말재주도 부족하고 붙임성이 없어 말을 걸기도 어려우니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있고, 함께 무언가 보람을 느꼈다면 그들은 이미 친구다. 남자들에게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남자들에게 은퇴 후 처음 1~2년은 특히 더 외롭다. 겉으로는 직장을 그만두어서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속마음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건강도 걱정이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외로움이다. 은퇴 후 살아야 할 30년이 두렵다. 오랜 세월 동안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살다가 퇴직을 하면 갑자기 외톨이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외롭고 불안하다. 직장 동료라는 연결이 끊어지고 느끼는 상실감은 가족이라는 연결만으로는 왠지 부족함을 느낀다. 누군가 천사처럼 나타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 참 좋을 텐데. 때론 강제로 친구를 맺어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외로움을 해결하고 일거리를 찾는 길, 보람과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단연코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일 수도 있고 동료나 이웃도 좋다. 가까운 친구는 아닐지라도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정도라면 행복할 것 같다. 외로움을 조금 줄여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꼭 필요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과 눈을 마주칠 때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바로 고개를 돌리고 마는 내가 부끄럽다. 피하지 말고 1초만 미소 지으면 되는데, 그리고 용기 내서 안녕하세요.” 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우리 함께 OO을 하시겠어요?” 라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재활용품 내놓는 날 봉사활동을 좀 할까 하는데 같이 하시겠어요? 혼자 하기 좀 쑥스러워서요.” “이번에 안 되시면 다음에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하시지요.” 대본을 만들어 연습을 해본다. 그리고 나와 같이 수줍음을 타는 남자들에게 구세주가 되는 꿈을 꿔 본다.

 

외로움을 잘 타는 남자들에게 연결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성당에서 남성 레지오 활동이 잘 되는 것이 참 미스터리라고 한다. 성당을 나가지 않던 아저씨가 레지오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편하게 어울리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참 이상하다는 것이다. 가끔씩 하게 되는 맥주 한잔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맥주 한잔 같이 마실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가 은퇴 초년생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다.

 

그래! 우리 외롭게 살지 말고 최소한의 연결을 만들자. 그리고 그들과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다가 함께 자원봉사를 해보자.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주어도 좋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요양원 봉사도 해보자.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의 전공과 재능을 숨기지 말고 재능나눔도 해보자. 사실 나에게 용기가 없기 때문이지 나눌 수 있는 재능은 참 많은데...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만 잠시 접고 그냥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 위의 글은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서정욱 운영위원님이 2016년 서초 임팩트스토리북에 '일상×연결'을 주제로 하여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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